상세설명
1974년 에 발표된 단편소설로서, 1975년 제2회 만해 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민족애와 인간애에 현실 인식의 바탕을 둔 문학적 자세로써 역사의 그늘에서 상처가 남아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날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구조면에서, 끝부분에서 황구(黃狗)를 등장시킨 것은 다소 허위적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매끄럽지 못한 원색적인 표현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황구의 비명을 듣고 노파의 죽음을 확인하고도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자 은주를 모질게 대하는 주인공 `나`의 심경에 대해서는 수긍이 간다.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 중, `은주의 젖은 등허리로부터 보리밀 익는 듯한 비린 체취가 풍겨 온다`고 한 것은 은주가 찾아가야 할 고향은 단순한 고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우리들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되어 있는 건강한 정신적 고향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천승세가 추구하는 조국의 상징적 모습일 수 있다.
◎ 소설의 주요내용
`나`는 아내의 돈을 떼어먹고 도주한 은주라는 여인에게 돈을 받으러 간다. 은주는 내가 의정부에서 살 때, 세 들어 살던 여자였는데 돈놀이를 하던 아내와 무척 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은주는 원금과 밀린 이자를 합쳐 15만원을 떼먹고 달아나 버리자 아내는 은주를 찾아 돈을 받아 오는 일을 나에게 맡긴 것이다.
은주는 지금 `담비 킴`으로 불리는 양색시가 되어 있었다. 아내가 그려 준 약도를 가지고 은주를 찾아가다가 들른 구멍가게 주인은 용주골을 안면 몰수, 예의 사절, 악발 교육 등 세 단어에 빗대어 표현했다. 계속 걸어서 개울을 건너고 솔밭길을 벗어나 마을 어귀로 접어들면서 한 노파를 만나게 되었다. 노파는 무더위보다도 더 답답하고 처량하게 보이는 천을 목에서부터 엉덩이까지 길게 휘감고 있었다. 그것은 `내 손주년을 찾는다`는 광고였다.
은주는 나를 보자 기겁을 한다. 날도 저물고 해서 은주의 방에 묵게 된 나는 은주의 육체적 유혹을 받지만 별일 없이 밤을 보낸 나는 은주를 고향으로 돌려 보내려 했다. 그러나 은주는 비 오는 새벽길을 뛰쳐나갔다. 은주를 뒤쫓아 가던 나는 죽어 있는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어제 만났던 그 노파였다. 노파를 묻어 주며 나는 은주에게 재차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가겠다면 방을 계약할 돈 중 5만원쯤은 보태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 때, 조그만 체구의 황구(黃狗)가 덩치 큰 수캐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받고 죽어 갔다. 그것을 본 은주는 이 곳을 떠나겠다고 외쳤다.
◎ 작가소개
*천승세 (千勝世, 1939. 2. 23- )
1939년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났고 소설가이며 극작가이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 기자, 문화방송 전속작가, 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제일문화흥업 상임작가, 독서신문사 근무, 문인협회 소설분과 이사, 그리고 평론가 천승준의 아우이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가 당선, 또한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와 국립극장 현상문예에 희곡 이 각각 당선되었다.
한국일보사 제정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창작과 비평사에서 주관하는 제2회 만해문학상, 성옥문화상 예술부문 대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인간이 인간을 찾는 정(精)의 세계를 표현한다. 한결같이 인정에 바탕을 둔 인간 사회의 비정한 세계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민중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가면서 민족사의 총체적 진실에 육박해 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토속어의 보고이며, 특히 몇몇 작품에 보이는 무속의 생생한 재현은 중요한 민속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
주요작품으로는 《내일》(현대문학, 1958), 《견족(犬族)》(동상, 1959), 《예비역》(동상, 1959), 《포대령》(세대, 1968) 등이 있다. 단편소설집에 《감루연습(感淚演習)》(1978), 《황구(黃拘)의 비명》(1975), 《신궁》(1977), 《혜자의 눈물》(1978) 등이 있고, 중편소설집에 《낙월도》(1972) 등이 있고, 장편소설집에 《낙과(落果)를 줍는 기린》(1978), 《깡돌이의 서울》(1973) 등이 있다. 꽁트집 《대중탕의 피카고》(1983), 수필집 《꽃병 물좀 갈까요》(1979) 등이 있다.
백낙청,“토속세계와 민중 언어”
목록으로